옥스브리지 정치학 인터뷰: 드래곤스톤은 민주주의일까
인터뷰에서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 정치학 지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걱정입니다. 특히 정답을 빠르게 골라내는 훈련을 받아온 학생일수록,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 앞에서 얼어붙습니다.
정치학(PPE / HSPS) 인터뷰 질문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지금 내가 어느 쪽에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대응이 달라집니다. 아래는 두 번째 유형을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 본 예시입니다.
Personal Statement에서 출발하는 질문
자기소개서에 특정 시사 이슈를 언급했다면, 첫 몇 분은 대개 그 주변을 돕니다.
영국의 EU 탈퇴가 갖는 헌법적 함의를 썼다면, 재협상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 것 같은지, 브렉시트가 2차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의 동력이 된다고 보는지 같은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쪽은 자기가 쓴 문장을 전부 소화해 두는 것 말고는 준비 방법이 없습니다. 뒤집어 보는 점검 기준을 하나 드리자면, 자기소개서의 각 주장에 대해 그 자리에서 근거 두 개와 반박 하나를 댈 수 있어야 합니다. 못 대는 문장은 애초에 쓰지 마세요.
드래곤스톤(Dragonstone) 문제
다른 하나는 정치과학과 정치이론을 섞어 놓은 설정형 문제입니다.
가상의 국가 드래곤스톤을 떠올려 봅시다.
시민의 직업은 정부가 배정합니다. 재산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국가 운영 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없습니다. 다만 대통령은 선거로 뽑습니다 — 8년에 한 번이고, 후보는 정권에 우호적이어야 출마 자격이 주어집니다.
질문. 드래곤스톤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투표를 하니까 민주주의'가 통하지 않는 이유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답은 "그렇다, 대통령을 뽑으니까"입니다.
이 답은 세부와 부딪히는 순간 무너집니다. 대통령에게 입법 권한이 없을 수도 있고, 선출되지 않은 상원에 계속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권에 우호적인 사람만 출마할 수 있다면 그 "선택"은 대단히 얄팍합니다.
여기서의 실수는 "틀렸다"가 아니라 한 문장으로 이 문제를 끝내 버렸다는 것입니다. 설정형 문제의 디테일은 하나하나 일부러 넣은 것이고, 한 줄짜리 답변은 그것들을 읽지 않았다고 선언하는 셈입니다.
면접관에게 되물어도 됩니다
정보를 더 달라고 요청해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이걸 모르는 지원자가 많아서, 이 문제에서 가장 좋은 수 하나가 그냥 버려집니다.
저라면 묻겠습니다. 모든 시민이 투표할 수 있습니까?
답이 "성인 중 제한된 수만 시민권을 갖는다"라고 해 봅시다.
그러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실제로는 극소수 성인만 대통령을 뽑는 것이고, 앞서의 "그렇다"는 훨씬 약해 보입니다.
이 동작의 가치는 정보를 얻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내 결론이 어떤 미지수에 의존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데 있습니다. 정치학 훈련의 핵심 능력이 바로 그것입니다.
반대 방향으로 밀어붙일 것을 각오하세요
언론의 자유가 없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으니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논증하면, 면접관은 이렇게 되밀 수 있습니다. 그것들은 현존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특징이지, 민주주의 그 자체의 요건은 아니지 않은가?
좋은 반박이고, 사실 이 문제 밑에 깔린 진짜 질문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에 본질적인 것은 무엇이고, 그저 함께 다니는 경향이 있을 뿐인 것은 무엇인가?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정의에 속하는가, 아니면 민주주의가 오래 버티기 위해 필요한 조건인가? 정기 선거는? 8년에 한 번은 정기적인가? 얼마나 길면 너무 긴가?
여기까지 오면 이 문제가 "한 국가를 판정하는 일"에서 "먼저 민주주의 개념을 세우는 일"로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원래 그러라고 만든 문제입니다.
전제를 밝히고, 그 전제를 변호하세요
제 견해는 답하기 전에 정보가 더 필요하다는 쪽입니다. 대통령에게 실권이 있는가? 투표소에서 압력이 작동하는가?
답은 여러분이 세우는 민주주의 개념에 달려 있고, 그 개념에 유일한 정답은 없습니다.
그래서 정말 좋은 답변은 대개 이런 모양입니다. 절차 중심의 민주주의관(경쟁적 선거와 정기적 교체)을 택한다면 드래곤스톤은 간신히 해당된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시민이 선호를 형성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면 해당되지 않는다. 그리고 저는 후자를 택하겠다, 이유는 —
필요하면 전제를 세우되, 전제를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소리 내어 말하고 그 전제를 정당화하세요. 이 문제의 기술은 통째로 그것입니다.
정치학이 매력적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외워 둘 수 있는 답은 거의 주지 않으면서, "나는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끝까지 밝히게 만든다는 것. 저 가상 국가 문제가 잘 만들어진 이유는, 그 일을 20분으로 압축해 놓았다는 데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