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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법학 비교를 랭킹이 아니라 커리큘럼으로. 옥스퍼드의 로마법·법철학 논문, 케임브리지의 Part 구조·세미나 논문·하프페이퍼를 나란히 놓고 고르는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옥스퍼드가 나아요, 케임브리지가 나아요?" 법학 지원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님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두 학교에서 3년 동안 무슨 과목을 배우는지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본 분은 드뭅니다. 랭킹 정보는 넘쳐나는데 커리큘럼 정보는 한국어로 거의 정리돼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저는 GuruMe 공동창업자 Leslie입니다. 아래에 두 과정이 실제로 무엇을 담고 있는지 펼쳐 보겠습니다. 앞으로 3년간 매주 마주하게 되는 건 순위표가 아니라 시간표니까요.
간판이 아니라 커리큘럼을 봐야 하는 이유
둘 다 훌륭합니다. 그래서 더 나은 질문은 "어디가 더 좋은가"가 아니라 "내가 공부하는 방식에 어느 쪽이 맞는가"입니다.
두 과정의 내용과 구조는 예상보다 꽤 다릅니다. 옥스퍼드는 철학과 법철학의 한 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시키고, 케임브리지는 더 이른 시점에 갈래를 나눠 전문 영역으로 좁혀 들어갑니다. 난이도의 차이가 아니라 성격의 차이입니다.
먼저 짚고 갈 게 하나 있습니다. 입학사정관과 튜터는 지원서와 인터뷰에서 커리큘럼을 실제로 들여다본 사람과 아닌 사람을 아주 쉽게 구분합니다. "순위가 높아서 지원했습니다"와 "로마법과 법철학의 비중이 커서 옥스퍼드를 택했습니다"는 완전히 다른 무게의 문장이에요.
옥스퍼드 법학은 이렇게 구성됩니다
옥스퍼드에서는 첫 두 학기(term) 동안 로마법(Roman Law), 형법(Criminal Law), 헌법(Constitutional Law)으로 시작합니다.
로마법이 1학년에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옥스퍼드의 지향을 말해 줍니다. 오늘의 규칙을 다루기 전에, 법 체계가 어떻게 자라 나왔는지를 먼저 보게 하는 것이죠.
그 이후 2·3학년에 걸친 필수 모듈은 계약법(Contract), 불법행위법(Tort), 부동산법(Land Law), EU법(EU Law), 법철학(Jurisprudence), 신탁법(Trusts Law), 행정법(Administrative Law)입니다.
3학년에는 긴 목록에서 선택 모듈 두 개를 고릅니다. 지식재산권법(Intellectual Property), 상법(Commercial Law), 가족법(Family Law), 의료법과 윤리(Medical Law and Ethics), 로마법, 국제공법(Public International Law), 도덕·정치철학(Moral and Political Philosophy)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옥스퍼드 학생은 직접 연구해 법철학 페이퍼를 제출하며, 이 페이퍼가 최종 성적에 반영됩니다. 학위의 한 조각을 시험장에서의 세 시간이 아니라 긴 호흡의 독립적 글쓰기로 얻는다는 뜻입니다.
케임브리지 법학은 Part로 나뉩니다
케임브리지는 Part(단계) 단위로 굴러갑니다.
Part IA 필수는 불법행위법, 형법, 민법(Civil Law), 헌법이고, 여기에 Freshfields Legal Skills and Methodology가 붙습니다. 법적 방법론과 리서치를 훈련하는 하프페이퍼(half-paper)예요. "어떻게 찾고 어떻게 쓰는가"를 별도 과목으로 세워 둔 건 구조적으로 꽤 실용적인 선택입니다.
Part IB부터 방향을 고르기 시작합니다. 가족법, 국제법, 행정법, 형사절차·증거법(Criminal Procedure and Evidence), 법제사(Legal History), 민법 II, 범죄학(Criminology), EU법 등이 있습니다.
Part II에서 한 번 더 열립니다. 형평법(Equity), EU법, 상법, 공법, 노동법(Labour Law), 법철학 같은 선택지가 놓입니다.
눈여겨볼 건 리듬의 차이입니다. 케임브리지는 각 Part가 끝날 때 한 번씩 정산되기 때문에 3년 동안 관심사를 두 번 재조정할 수 있고, 옥스퍼드는 더 연속된 한 줄기를 끝까지 갑니다. 단계마다 판을 다시 짜고 싶은 사람과 한 길을 깊게 파고 싶은 사람은 여기서 선호가 갈립니다.
케임브리지에만 있는 세미나와 하프페이퍼
케임브리지에는 옥스퍼드에 없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세미나 코스와 학위논문입니다. 시험 페이퍼 하나를 세미나 수업 + 논문 제출로 대체할 수 있어요. 열 명에서 열두 명 규모에 지도교수 두 분이 붙고, 자기 연구를 그룹 앞에서 발표합니다. 지금까지 다뤄진 주제로는 '사회 속 가족'(Family in Society), '여성과 법'(Women and the Law), '의학의 법과 윤리'(Law and Ethics of Medicine) 등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하프페이퍼입니다. 조세법(Taxation), 미디어법(Media Law), 영국 법제사(English Legal History)처럼 더 전문적인 주제를 다루고, 두 개를 합쳐 한 페이퍼가 됩니다. 주당 강의(lecture) 한 번이 제공되고 supervision(케임브리지의 소규모 지도수업)은 붙지 않습니다.
여기에 자주 간과되는 함의가 있습니다. supervision이 없다는 건 그 분량을 스스로 끌고 가야 한다는 뜻이에요. 자기주도력이 강한 사람에게는 자유이고, 누가 끌어 줘야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위험입니다. 고르기 전에 자신이 어느 쪽인지 정직하게 판단해 보세요.
그래서 나에게 맞는 쪽은 어디인가
옥스퍼드의 두꺼운 철학·법철학 줄기가 끌린다면, 긴 논문 하나를 위해 도서관에서 몇 달을 보내는 그림이 즐겁다면 답은 한쪽으로 기웁니다.
세미나와 학위논문, 하프페이퍼를 통해 전문 분야로 좁혀 들어가는 방식이 매력적이라면, 단계마다 길을 다시 고르는 구조가 좋다면 케임브리지 쪽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게 해 보세요. 양쪽 공식 코스 페이지와 리딩 리스트를 훑고, 필수 과목의 핵심을 나란히 적어 놓고, 정말로 읽고 싶은 과목에 동그라미를 칩니다. 그리고 동그라미가 어느 쪽에 몰렸는지 봅니다. 한 나절이면 끝나는 일인데, 어떤 순위표보다 답에 가깝습니다.
GuruMe에서 지켜본 학생들 중 결국 즐겁게 공부한 쪽은, 거의 언제나 "더 좋은 학교"를 고른 학생이 아니라 "자기와 더 닮은 시간표"를 고른 학생이었습니다. 3년은 짧지 않습니다. 그 한 나절을 쓸 값어치가 충분합니다.